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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즈와 허리케인 카트리나

장민석 2005.09.02 09:28 조회 수 : 1412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 번 저의 어머니 장례식 때 여러모로 위로해주심에 대해서 늦게 나마 이렇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장례가 끝나자마자 아버지를 모시고, 미국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마땅히 찾아 뵙고 고마움을 전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많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제가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것은 제가 사는 곳이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즈 시인데, 다 아시는 것 처럼 허리케인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저의 이야기를 조금 하고자 합니다.

8월 29일(월) 오후에 강하게 허리케인이 상륙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mandatory evacuation 명령을 듣고 27일(토) 오후에 휴스턴을 목표로 피난을 떠났습니다. 휴스턴 까지 가려면 제가 사는 곳에서 5시간 걸리는데, 가는 길에 1시간 30분 정도 가면 Baton Rouge (루이니애나 주도)라는 시가 나오고 거기에는 제가 섬기는 교회가 있습니다. 토요일을 거기서 지내고, 주일 예배를 마치고 떠나려고 했는데,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하는 수 없이 거기 교인 집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를 모신 상황에서, 심한 교통정체를 감안할 때 10시간 정도 차를 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되어서 그냥 머물렀습니다.

지금까지 거의 허리케인의 피해가 없었던 Baton Rouge에 월요일 새벽부터 찾아온 정전과 나무들의 쓰러짐을 보면서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결과는 이미 다들 아시는대로 엄청난 결과였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유언으로 남기신 말씀 중에 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씀 듣고 아버지를 좀 더 편안하게 모실려고 미국으로 모셨는데(한국에 있는 여동생은 시집을 갔고 싱글인 남동생은 매일 직장을 다니기에 아버지를 챙겨드릴 수가 없어서)...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버지를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소식은 뉴올리언즈로 당분간 돌아갈 수 없다는 내용과 물이 빠지고 전기가 들어오려면 몇 달이 걸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께서는 매일 드시는 약을 충분히 가지고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9월 1일(목)에 급하게 표를 구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한국으로 돌어왔습니다. 아내와 애기는 아직 교인 집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저는 몇 시간 후면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학교가 언제까지 휴교가 되는지 또는 학교의 다른 Extension에서 수업을 하는지 학교의 공식 발표에 주의를 기울이며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오늘 항공사진을 인터넷으로 보았는데... 저의 집도 물에 잡겼다는 것을 확인해습니다. 2층이라서 혹시나 했는데...
아내하고 전화통화하면서 집에 있는 3년간의 살림살이들을 다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이 옷입니다. 피난 나올 때 갈아입을 옷을 거의 가져오지 않아서...  

아무튼 이 소식을 보시면 빨리 상황이 회복되도록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저의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학교의 공식 발표가 오랜 기간 동안의 휴교로 나온다면, 미국의 교회에 말씀을 드리고 한국으로 일단 다 들어오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평소에 여러분들의 안부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아서 그런지... 심은 데로 거둔다고... 극소수의 사람만 저에게 안부를 물은 상황을 보면서, 제가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쪼록 다들 건강하시고,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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