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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를 부탁해

현훈 2002.05.23 19:09 조회 수 : 1388

얼마 전에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고양이를 부탁해>를 비디오로
별 시차없이 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히 케이블 방송에서
<파랑새는 있다>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 갓 진출해서 일하고 있는 행사장 도우미의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였는데 두 영화에 대한 인상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왠지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낮에는 행사장에서 계속 서서 일하고 밤에는 잠을 쪼개 가면서
나이트의 무용수가 되기 위해 춤 연습에 몰두하고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속상해 하기도 하고
그리고 드디어 처음으로 밤무대에 서게 된 설레는 기쁨과 감격들이
가감없이 그려졌다.

나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던 것은
아무래도 그녀의 꿈과 열정에 대치되는 다소 지쳐 있는
아직 한창 나이인 30대 초반의 나의 일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한참 지난 후에야 그 실체를 깨닫게 된 것이지만,
뭐 저런 하찮은 일에 저렇게 열정을 쏟고 있나 하고
마음 속에 스쳐 간 단상에서 내 안에 자라가고 있는 속물근성을
선명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런 자각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중요한
또 하나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저항없이 세태에 적응해온 나에게 <와이키키 브라더스> 성우의 고달픈 꿈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한다.
어느 순간 부턴가 대학을 나오고 무난한 직장에서 평준 이상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만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가치 평가해오고 있던 나에게
<고양이를 부탁해> 여상 졸업생들의 '저부가가치' 삶은 또 한번
나의 그런 조정된 시야에 작은 파장을 남긴다.

언젠가 석이와 성격 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가치 판단과 입장 표명이 분명한 특성인 'J형' 유형을 갖고 농담한 적이 있다.

나는 요즘 내게 부족한 그 "J"가 정말로 아쉽다.
세상 가운데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그런 "J"를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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