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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하여

현훈 2002.08.23 14:30 조회 수 : 1214


얼마 전에 대학 시절 친구에게서 암웨이를 같이 하자는 끈질긴 공세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집안도 넉넉하고 재테크에도 성공한 친구인데 또 암웨이를 하면서 열심히 부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딸 아이를 백만장자들이 보내는 영국 사립학교에 유학 보내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그 친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가 몰고 온 열풍과 그 메시지에 대해서 느껴오던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과 직접적으로 맛물렸기 때문입니다. 월수 700~1,000 만 원을 부업으로 올리며 렉스턴을 몬다는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인 친구의 동생 사례가 어떤 식으로든 그에 대한 나의 입장 정리를 강력하게 촉구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솔직히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를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읽다가 다 읽을 필요를 못 느낀 탓도 있었고, 저자가 주장하는 수준의 금융 IQ와 감각은 저자의 강변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적용하긴 위험스러워 보였습니다. 저자는 물론 나같은 사람들이 느낄 불편함까지 미리 예감하고 비판하고 있긴 하지만요.

그럼에도 사회적 이슈의 트렌드는 이 화제로부터 초연할 수 없는 불편한
마음을 늘 찜찜하게 남겨놓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재테크에 대한 책을 제법 읽게된 것도 사실이구요. 나만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이 쪽 공부를 좀 열심히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월급쟁이의 숨통이 아닌가? 하는 조급함에, 교실에서 만화책 주변에 모여있는 아이들 뒤에 점잖은 척 어정쩡하게 곁눈질하고 있는 모범생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글쟁이 진중권이 이 책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글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의 생각은 <부자 아빠..>는 독자들에게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책이 아니라 저자 기요사키씨에게 돈을 벌어주고 있는 책이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전에 현대적인 제례 의식의 역할을 하면서 대리 만족과 거짓 희망을 제공해 주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닷컴 붐이 한창 일고 붕 뜬 사회 분위기의 와중에
경동 교회 강원룡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실리콘 밸리를 지배하는 영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좀 함축적이고 철학적인 설교라 내용이 어렵긴 했지만, 우리가 숨을 쉬듯 어떤 영성엔가에는 노출되어 있고 그 영성을 들이 마시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실리콘 밸리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들이마시고 있는 영성이 결코 선한 영성은 아닐 것이라는 목사님의 통찰이 담긴 말씀이셨구요.  
최근의 엔론 사태 등을 보면서 기업의 가치, 미국적 표준과 방식에 대한 생각과 맛물리면서 다시금 돌아보게 되는 말씀입니다.

저는 책을 두 번씩 읽는 경우가 상당히 드문데 대학 시절에 두 번 읽고 최근에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읽게 된 책이 있습니다. 리차드 포스터의 <돈,섹스,권력>인데요,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정리해 주는 책인 것 같습니다. 요지는 돈 자체는 우리가 생각하듯이 결코 중립적인 가치가 아니며 맘몬이라고 성경에서 묘사했듯이 그 자체가 인격을 갖고 숭배를 요구하는 악한 영향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악한 영향력을 청지기 의식 - 이 세상과 그 안의 부요는 모두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는 그 대리인이자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잠시 빌려 쓰면서 관리하는 관리인일 뿐이라는 것  -을 갖고서 베풂으로써 돈 본래의 역할을 하게 하고 탐욕의 정신에 대항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도 돈은 많이 벌고 싶지만, 또 돈이나 많이 벌면서 그런 걱정하라고 와이프가 잔소리할 것 같기도 하지만(^^) 탐욕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암웨이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바꿔달긴 했지만 제가 보기엔 결국은 회원의 증식과 그 구매를 통해서 이윤이 창출된다면, 그다지 건전하거나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얼마전 <빛과 소금>을 보니 교회 공동체에도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구요. 가족들과의 따뜻한 시간을 희생하면서 부업에 열중하는 것이 물론 조금 고생해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형성하겠다는 목적이 있겠으나 별로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더군요. 개인적인 인간 관계와 시간을 희생해서 암웨이라는 회사와 일부 다이아몬드들(1,000명 중에 한 명 꼴?)만을 이롭게 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판매하는 제품들도 마케팅 비용이 빠져서 저렴하다고 하는데 결코 싸지 않은 고급품들이구요. 그런 의미에서 논란이 진행중이라지만 이 회사의 영성도 쬐끔 의심이 갑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을 이용한 유사 사이비 종교성까지 띄고 있지 않나 하는 과격한 비판마저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순수했던 친구의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는 암웨이에 대한 맹목적인 호감이 제 3자의 눈에는 서글프게 비치는 까닭입니다.

또 말이 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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