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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경채 2002.06.23 02:15 조회 수 : 2585

누나의 심정을 다 이해할 순 없겠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네요.

제가 고등학교 때 일이었답니다. 무슨 행사를 하려고 하면 모이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답니다. 저와 우리 임원단.. 그리고 임원단의 간곡한 꼬드김에 넘어온 몇몇 아이들....

제가 고등부 회장이 될 때, 정말 측근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니 없었다기 보다야 아웃사이더들이 제 측근이었죠. ㅋㅋ 축구하는 형들과 농구하는 형들.. 교회 오는 것보다 축구가 좋아서, 그리고 농구가 좋아서 오는 형들.. 예배는 두 주 걸러 한 번 와도 축구는 시험 때가 아니면 계속해서 나오는 형덜... 그리고 같은 동기들..ㅋㅋㅋ

그들이 제가 교회에서 아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답니다.

저, 그 때 성격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답니다. 여자 애들 중에 아는 애는 분반공부 같이 했던 애들, 한 두 명 정도였답니다. 그리고 여자 애들하고 얘기할 때는 얼굴도 못봤답니다.^^;;

암튼 세상적인 눈으로 볼 때, 저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보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그나마 교회에서 열심인 형이 저를 후보로 추천했을 때, 대부분의 교회 사람들은 누구냐고 수근거리는 분위기였습니다. ㅋㅋㅋ 저도 놀랬습니다. 저보고 회장이 되라니요..^^;;

이러저러해서 투표는 시작되었고, 압도적인 차이.. 지지율이 아마 75% 정도는 됐을 거예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왜 그리도 많은 사람이 저를 찍었는지...

회장되고 나서 임원을 뽑는데... 누구를 뽑아야 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데....

교회가서 출석부를 뒤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출석률을 보고 순서대로 명단을 적었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첫번째 아이가 쉽게 하겠다고 했고, 두번째 아이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ㅋㅋ 자세한 얘기 하면 길어지니까 이만 생략하고 4번째 아이까지 뽑았습니다.

그 아이들은 역시나 교회에서 알려진 아이들이더군요. 우리들은 정말 잘 뭉쳤습니다. 비록 제가 말주변이 없고, 숫기도 없고, 리더십도 없었지만, 아이들은 정말 잘 따라주었고, 임원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잘 나와주었습니다.

그러나 모이는 인원은 임원단 + 몇명.. 우리 교회 큽니다. 그 때 고등부 출석 인원이 250명에서 290명을 왔다 갔다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임원단 회비 나오는 거 우리가 거의 안 쓰고 한 푼 두 푼 모아서 고3 백일 때 선물 사주고, 일일이 다 포장하고...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결심한 일이 내 다음에 될 회장은 힘들지 않게 하겠다~ 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회장이 되면서 처음 들어온 고 1 들에게 성가대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너 쟤 알어?"
"아니요"
"일루 와봐"
"인사해, 얘는 누구누구고."...ㅋㅋㅋ

그렇게 해서 한 두 명을 포섭했고, 급기야는 부흥했습니다. 성가대의 부흥 뿐만 아니라, 두터운 활동 세력(^^??)을 만들었습니다. 저와 임원단, 그리고 그 아이들을 주축으로 해서 새로운 고등부를 만들어 보겠다고 발버둥 쳤습니다.

그래서 지금 청년부... 비록 우리 기수는 그리 큰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우리 다음 기수는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잘 놉니다. 정말 잘 뭉칩니다. 나중에 들어온 아이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저하고 다 친합니다..^^v

다 하나님의 뜻인가 봅니다. 그 아이들이 앞으로 청년부의 기둥이 될 것인데 미리 저를 통해서 아이들을 잘 뭉치게 하신 것 같아요. 물론 그 아이들이 제 노력을 몰라줄 지라도 말입니다. ㅜ.ㅡ

하나님께서는 그 한 사람을 찾으시는 것 같아요. 나서서 일하는 사람....
저 회장 하면서 눈물 많이 흘렸고, 하나님 원망 많이 했습니다. 회장 일만 있던 것이 아니라 반에서 부반장이었고, 종교부장이었고, 거기다가 종교 부장의 짱이 되어버렸답니다. 일은 일대로 많고, 공부도 해야하고...

그런데 한 사람의 희생이 교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더라구요.. 비록 제가 교회 일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지만, 그리고 아는 사람들도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하나님을 더 찾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만난 인격적인 하나님을..

저 회장일 하면서 욕은 욕대로 먹고, 일은 일대로 못하고, 제 완벽주의 기질에 금이 가면서까지도... 그래도 교회 아이들 뭉치게 하는 일만은 게을리 하지 않았답니다. 제 목표가 그거였거든요. 얘네들은 힘들게 하지 아니하리라~~

누나도 화이팅입니다. 비록 지금 힘들어 보일지라도 그 상황이 곧 지나면 어느 순간엔가 느낄 정도로 바뀌게 되어있을 것입니다. 변화는 미미하지만, 그 결과는 크게 나타날 거예요. 그럼 앞으로도 수고하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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