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연세 YWAM 계좌번호 : 신한은행 110-293-670952 이미나

사랑할 수 있을까?

박정수 2002.06.28 17:48 조회 수 : 2638

오랜만에 옛날 '사랑의 노트'(헤... 옛날 성하가 썼던 표현이네요)를 쭉 살펴봤습니다. 작년 초에, 그리고 여름방학때, 그리고 지난 겨울에 각각 읽었을 때보다는 훨씬 더 힘들어지네요. 글 수도 엄청 늘었고...


많은 추억들...
그리고 우리 안에 있었던 문제들.
그리고 많은 사건들.

예.. 아직도 이 게시판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많을거라는 생각에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우리 몸 안의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과거에 논의되었던 일들에 대해 감히 참여하지 못했던 것을 두고 소위 '세대'가 바뀌고 이제 제게 발언권이 있을 것 같다는 섣부른 판단에서 예전에 하지못한 아쉬운 변명을 하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것이 불완전한 모습일지라 하더라도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옛날이나 지금이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중보기도시간에 떠올랐던 생각들, 그리고 지금 캠퍼스를 바라보며 느끼는 것들은, '우리 안에 사랑이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친함과 친밀함. 그 둘의 차이를 우리가 잘 알고, 또한 그 둘을 균형있게 채우고 있는가.

제가 보기에는, 사실 작년까지는 선배들의 정말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으로 - 그리고 더욱 그럴 만한 상황이었죠 - 우리 안에 사랑이 풍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적어도 00, 01들을 향해서는 말이죠. 그때만큼 겸손한 사랑고백과, 헌신적인 대가지불을 기억하기 힘드네요.

우리에게 과연 센티멘탈에 그치지 않는, 또는 간편한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를, 아니, 그것보다도 그런 사랑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생각 - 당연한 생각이겠죠 - 을 했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옛 글들 - 이건 제가 들어왔던, 2001년 4월 이후의 글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 을 읽으면서 부인할 수 없는 생각은, 그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볼 수 없었던 사랑들이 그 긴 시간 속에 살아있다는 것이었죠. 우리가 함께 살아왔던 그 삶에 근근히 흐르고 있는, 그 사랑. - 물론 제 개인적인 추억과 센티멘탈에 맞물려 그랬었는지도 모르지요.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온전히 사랑할 수 없지만, 그 불완전한 사랑함도 사랑이라고 생각해봤습니다. 누군가는 '사랑한다'보다 '사랑할께'라는 말을 한다고 하죠. 하지만 저는 그것을 부정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지.금. 부족하지만 '사랑하고 있음' 또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가지불이 있는, 큰 희생적인 사랑. 아니, 그것은 특별한 경우일지 모르니, 진정으로 진실한 사랑. 하지만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조그마한 사랑조차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지금 진실하고 큰 사랑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은 우리에게 그런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가지불이 없는, 간편하거나 감정에 치우쳐져있는 사랑. 겸손한 사랑고백을 듣기 힘들고 고백하기 힘든 그런 사랑. - 글쎄요. 저만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02학번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많은 선배들이 (^^; 이젠 저도 선배 축에 드는건가요...) 고백하는 말 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사실 제 경우를 보면, 이 몸에서 받았던 만큼 많이 주지 못한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이번 02학번들이 몸에 잘 접붙여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죠. -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거의 그렇다고 봅니다.


그리고 다시 옛날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옛 글들 - 역시 2001년 4월 이후 - 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분명히 거기에는 단순한 추억 이상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적어도 사랑하기 위한 (어떤 때는 처절한) 몸부림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지금도 또한 사랑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더욱더 사랑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떤 말이나 생각만으로 되는건 아닐테지요.


아니, 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건지. 후후... 이젠 사랑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두렵고 맥이 빠지는군요. 허위의 사랑, 아니, 적어도 허위라고 비춰질 수 있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마음 때문이지요.

어제는 오랜만에 예배에 깊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대한 처절한 물음과 꿈틀거림들. 내게 사랑없음에 대한 뼈저린 깨달음. 그러면서도 고백되어지는 사랑들. 그 작은 사랑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그래도 이러면서 사랑에 대해 조금씩이나마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인본적인 것이 아닌) 인간적인, 살냄새나는 그 사랑에 대해서. 처절한 죽음과 선홍빛 피와 함께 존재하는 그 실존적인 사랑에 대해서. 좌절하고 고민하고 돌아보며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하는 것은,

그래도 사랑합니다.

P.S) 쓰고나서 보니 재성이 글이 올라와있네요. 후후... 비슷한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건가...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