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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잠 못 이룰 것 같은 밤입니다.....

경채 2002.07.06 05:45 조회 수 : 1866

오늘 간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얼굴도 뽀도독 소리 나게 씻고, 면도하고, 평소에 잘 안 입던 긴바지도 꺼내입고, 나올 때 구두 한 번 쓱 닦아서 신고....


그렇게 교회에 와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한 뒤에 예배 끝나고 친구 (앞으로 A) 를 만났습니다.


왠지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녀석.... 그러나 내색은 안하는.....


다른 친구 녀석 (앞으로 B) 이 대학로에서 일일호프를 한다고 해서 A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A와 함께 가면서 예전에 사귀던 아이의 얘기를 꺼내는데... 헤어졌다고 하더군요... 만난지 한달 정도.... 그런데 헤어진지 벌써 3주 정도 됬다고 하더군요... 약간의 어이없음과 약간의 어색함과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두려움으로 그 친구를 바라보았습니다.


후후..


암튼 B녀석이 마중을 나와서 일일호프로 들어갔습니다. A녀석이 하는 말이....


"너 뒤에 뒤에 흰색 옷입고, 단발 있지? 걔가 나랑 사귀던 애야."


봤습니다. 그리고는 친구를 쏘아보았습니다. 그 친구가 없어도 즐거워 보이는 그 여자분....


너무 즐거워 보여서 차마 그 분위기를 깨지 못할까봐 아는 척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친구 A


그리고 그 여자분 옆에 있는.... 소개팅의 주선자인 남자분..... 그리고 다른 주선자이자 내 친구인 B..


좀 복잡하군요.. 다시 말하면 B가 A를 데리고 나갔고, 그쪽에선 남자분이 여자분을 데리고 나오셨는데, 지금 현재 그 남자분이 여자분과 굉장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얘기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이제 무슨 상황인지 아시겠죠? 그것도 일일호프입니다. 친한 친구 B의....


저와 그 친구가 한참을 얘기하고 있는데, 어느 낯선 여자가 굉장히 반가운 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제 친구와 사귀었다던 그 분이었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데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하고, 굉장히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더군요. 헤어진 사람한테.... 그것도 자기가 사기자고 했던 사람.... 그 사람에게 헤어진 뒤에도 그렇게 친한 것처럼 할 수 있다는 점이 약간의 이질감 조차 느끼게 했습니다.


그 여자분이 간 뒤에 A가 저에게 이렇게 묻더군요.


"어떠냐?"


"ㅋㅋㅋ 야. 나는 왜 쟤를 보니까 XX가 생각나냐...ㅋㅋ" <-xx는 특정 인물입니다. 거론 불가..^^;


"그렇지. 좀 닮았지..^^;;"


"너 원래 이런 스타일 안 좋아했잖아?"


"맞아. 그랬었지."


그런 일이 있은 뒤에 바로 그 여자분은 가셨습니다. 집에 일이 있어서... A는 못내 아쉬워했고...


B가 자리를 합치자고 하였고, A와 저는 남자 주선자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러니까 자리에 A와 B, 저, 그리고 그 주선자.. 이렇게 네 명이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B는 종업원이니까.... 들락날락 거리느라 정신이 없고, A와 그 주선자는 구면이고, 저는 초면이지만 스스럼 없이 대화를 했던 것 같아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 그 여자분의 이야기가 안 나올 수는 없었습니다. 주선자의 이야기와 A의 이야기.....


다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주된 내용은...... A가 못잊어 한다는 것이고, 주선자의 말은 여자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 시기적으로 안 좋았던 것같다는 말을 다른 말로 되풀이하고 있더군요..


B와 저는 거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었구요...


일일호프에서 11시가 다 될 무렵에 나와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B는 정리한다고 남고, A와 저와 주선자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조금 후에 친구 A와 저 단둘이 남게 되었습니다. 약 한시간의 대화 끝에 우리는 다시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치킨 한마리와 맥주 1000cc를 시켜놓고...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서로의 아픔에 대해서 공유했고,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사랑을 넌지시 전했습니다.


그 친구를 택시에 태워서 집에 데려다 주고, 혼자 걸어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친구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어째서 나는 친구가 힘든 결정을 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는가.. 나만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너무 주변의 사람들에게 내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여자란게 남자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이길래,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할애하게 하는가....


그 친구는 항상 여자에 대해서 자신 있어하던 놈이었길래, 제가 오늘 받은 충격은 더 크군요. 항상 자신감에 넘치던 그 넘이 이제 지친 모습으로 아무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저는 여자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여자를 많이 접해본 것도 아니고, 여자를 그렇게 많이 경험해 본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더 의문이 가더군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제가 아는 한가지 진리가 있다면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때론 사랑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여자들은 그걸 알면서도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제 머리 속을 메우더군요.... 그게 너무나 안타깝고....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내가 편지를 써서 그 친구 대신 그 여자에게 건내줄까? 그러면 감동먹고 친구와 다시 친하게 지낼 순 없을까?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그 넘의 모습.... 끝내 눈물을 못 참던 그 넘의 모습....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친구로써 아무 것도.. 아무 말도 해줄 수 없다는 게.....


오늘은 잠 못 이룰 것 같은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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