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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

현명 2002.09.22 22:48 조회 수 : 1619

교회 결장누나(셀모임을 결이라구 하고 섬기는 분을 결장이라구 해요.)가 올린 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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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길 가다 우연히 친구네 아빠를 만나게 됐다.
"안녕하세요~"
"웅....우리 이~쁜 딸" 하시며 어깨동무를 하시고는 이것저것 물어봐주셨다.

그 친구네 아빠를 뵐 때면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또 새삼 느껴진 건..
"참 언제나 당당하시다...누구에게도, 어느 상황에서도..."
그러면서 아주 쪼~끔 쓸쓸함(?)같은 게 느껴졌다.

우리 아빠랑 참 대조적이군...

우리 아빤.... 당신께서 김나영의 아빠인걸 되게 미안해 하시며 평생을 사신다.
학교는 근처에도 못 가보시고 어린 나이부터 힘든 일만 하고 사신 아빠...

그렇~게 힘들게 나를 키워 주시고도, 항상...항상 미안해 하신다.
배우지 못한 아빠인것을, 남의 아빠들처럼 잘난 아빠가 아닌것을...

어려서부터 참 많이 들었던 말이 "넌 @@네 집에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그 잘난 김나영의 아빠로는 자신같이 초라한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 아빠는 내가 친구들을 데리고 집에 가면 어쩔 줄 몰라하시며 숨으시는 것(?) 같았다.

그런 아빠의 모습이 절정으로 드러난 사건이 하나있었다.

어느 날...
아빠가 혼자서 막걸리를 드시고 계셨다. 혼자 그렇게 계시는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여 앞에 앉아서 이얘기 저얘기 해드리고 있는데...

아빠가 고개도 못 드시며 하시는 말씀이..
"너는 @@네 집에 태어났으면 참 좋았을텐데... 내가..참..미안하다. 너 그렇게 피아노도 잘 치는데 내가 진작 그런 거 알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너를 음대에 보냈을텐데....나는....무식해서 니가 잘 치는지 못 치는지 그것도 잘 몰랐다...."

얘기를 쭉 들어보니 교회에서 사람들이 '피아노 잘 치는 딸 왜 음대 안보냈냐'고 했나보다.
아빠는 선생님이란 직업을 참 동경하시는데, 음대갔으면 피아노 선생님 했을꺼고 그럼 그 높은 자리에 나영이가 앉을 수 있었는데 내가 무식하고 잘 몰라서 내 딸 앞길을 막았다...고 여기고 계셨다.

또 항상 그렇듯이 아빠를 위로했다. 그리고 음대가 아니고 지금 내가 가고있는 이 길이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고 계획이며 또....

아무리 아무리 말해도.....너무 답답했다.
아닌데...아빠가 내 아빠인 것 미안한 일 아닌데...

너무 너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서 아빠한테 이렇게 말했다.
"아빠, 물론 이런 일은 없겠지만...만약에 하나님이 나 태어나기 전에 나한테 너 어느집에 태어날래하고 물으시면....난 아빠 딸로 태어난다고 선택할꺼야. 열번 백번 기회가 주어져도 다 아빠 딸로 태어난다고 할꺼야....아빠도 만약에 자식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면 다른 사람 한다고 할꺼야? 아니잖아...나 할꺼잖아...나도 똑같아...."

이 말을 하는 나도, 이 말을 듣는 아빠도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아빠는 여전히 고개를 떨구신채로 내 손을 잡으시며 "고맙다..."

이 일 후에도 여전히 아빠는 나를 되게 잘난 딸로 생각하시고 반면 아빠자신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

오늘 그 당당하신 친구네 아빠를 만나고 나니 우리 아빠가 더 많이 생각났다.

난 우리아빠를 보면서 "아~ 하나님 앞에서 내 모습이 이렇겠구나.."를 참 많이 느낀다.

'하나님 자녀로서 내가 참 많이 부족하다', '또 하나님 실망시켜 드렸네'...이런 생각 참 많이 하는데....그럴 때마다 내가 아빠를 보며 하는 생각을 떠 올린다.(아니 떠 오른다)

"하나님 죄송해요. 정말 잘 할려구 그랬는데...뜻대로 잘 안되서...나한테 또 실망하셨죠? 저도 제 모습에 실망했어요. 나도 내가 싫어요. 저 사람처럼 하나님 많이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데 난 항상 왜 이러지... 아..진짜.."

내가 이럴 때 마다 하나님이 얼마나 속이 터지게 그 마음을 알려주고 싶으실까! 아니 참! 알려주시지...내가 다 이해하지 못해서 그렇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나에게 부모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난 아빠를 선택할꺼야"
그 기회가 하나님껜 주어졌다.
그리고 내가 아빠를 향해 품었던 생각과 똑같이 하나님은 선택하셨다.
나를... 그리고 우리를...

예전에 한 아이에게서 직접 색종이로 만든 카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십자가에 달려있는 예수님을 색종이로 만든 거였는데 아이의 서투른 솜씨로 그려 넣은 예수님 얼굴이 좀 특이했다. 이전까지 봤던 그림과는 달리 십자가 위의 예수님이 웃고 계셨다.

아이에게 계시해주신 하나님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선택하신 하나님의 진심...

그 카드와 함께 아이가 적어준 말
"참 좋으신 예수님"

정말 참 좋으신 예수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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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으신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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